라면 등 면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전성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의 포함 여부를 제품에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제품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국내 9개 업체의 93개 면류 제품을 대상으로 GMO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GMO 포함 여부 표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이 조사는 국내 식품업체인 삼양식품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라면 제품에서 GMO 대두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터키가 수입을 반려하면서 이뤄졌다. 터키는 식용 GMO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국내 공인시험기관인 한국에스지에스가 해당 제품에 포함된 대두 함유성분을 검사한 결과 미국의 GMO 생산업체인 몬산토사가 개발한 ‘라운드업 레디 콩(RRS)’이 전체 콩 성분 중 69%가량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RRS는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대표적인 GMO 콩 제품이다.
경실련은 “이번 조사 대상이 된 93개 제품 모두가 원재료로 대두나 옥수수가 포함됐지만, GMO 사용 여부는 전혀 표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에 면류 제품의 GMO 포함 여부와 함유 정도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의뢰했다.
국내 업체들이 이처럼 제품에 GMO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현행 GMO 표시는 가공식품의 경우 GMO 함량이 전체의 3% 이하이면 비의도적인 것으로 인정해 표시 의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GMO 함량이 원재료 중 많이 사용된 순으로 5순위 안에 들지 않거나, 최종 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혹은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도 표시 의무가 없다. 유럽연합(EU)는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