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기화로 그동안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 불리며 기피의 대상이 돼왔던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수입이 공론화되고 있다.
한국전분당협회 회원사들이 5월부터 유전자변형(GM) 옥수수 5만여t을 수입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일반 옥수수에 비해 t당 100달러나 싸기 때문에 GM 옥수수 사용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업계에서는 주장한다. 학계 일부에서도 미국 내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GMO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가 없고, 곡물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식량자원 절대부족 국가로서 GMO 식품의 수입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으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환경·시민단체 측은 업계의 수입결정을 철회하도록 집회를 하는 한편, GMO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알레르기 유발, 항생제에 대한 내성 증가 등 유해성이 있을 수 있고 생태계 질서를 교란해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학교급식에 유전자변형이 되지 않은 고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토록 강제하는 서울시 학교급식지원조례가 3월18일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용유·간장·전분 등 식품첨가물의 대부분이 GM 곡물을 가공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통과정에서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5년여 만에 빛을 본 서울시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시행도 되기 전에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는 제조·가공한 최종 제품에 GM 물질이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돼 있어 GM 곡물로 가공된 전분이나 당·식용유 등은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시 학교급식지원조례는 학부모·교사·영양사와 많은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갖은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주민발의 제1호로 제정된 뜻 깊은 산물이다.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을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GMO 식품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정적인 결과도 적지 않고, GMO가 상용화된 지 10여년밖에 지나지 않아 안전성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대가 지나 GMO 식품이 인체에 해롭다고 판명될 경우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백보를 양보해도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정부는 우선 소비자가 GMO 사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표시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식재료 납품업자에게 GM 원료 미사용 증명서를 징구하는 등 학교급식 재료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는 GMO 식품 금지조치에 따른 급식비 상승분을 보조하고, 기업들도 학교급식용 식용유를 별도로 생산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한 범국민적인 배려가 각별하다. 우리가 시급히 배워야 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