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시장이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자 이제는 서울시 공무원들도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비상대기하고 있다.
오 시장의 행보에 대해 '쩨쩨하다'는 평가에서 부터 '대권을 겨냥한 행보'라는 평가까지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맞짱 토론을 주장하면서 여론의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는 미미한 반면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Why뉴스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왜 개혁적 이미지를 포기하나?'이런 주제로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이렇게 강경하게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 저도 그 부분이 정말 궁금했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대략 20조 원에 이른다. 무상급식에 드는 비용이조 단위쯤 된다면 이해가 가지만 서울시가 추가로 부담해야할 예산은 7백억 원 정도라고한다. 서울시 전체 예산의 0.3% 수준인데 이 정도의 예산이라면 충분히 대화를통해 풀어갈 수 있는 규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오 시장이 강력히 반발하는 진짜이유가 뭔지확인해 봤다.
서울시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무상급식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공약을 포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의 문제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로 조성된 여소야대의 지방의회로 인해 핵심정책들이 브레이크가 계속 걸리는데 4년 후 서울시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는 것이다.
하필 이 시점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이 내년 예산을 결정하는 타이밍인데 내년 예산의 향배가 앞으로 4년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상급식 700억 원이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이 아니지만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측은 '오세훈 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예산을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상급식을 인정하게 되면 오세훈 표 사업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문제가 있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오세훈 시장은 4년간 특화된 프로그램 없이식물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여기서 밀릴 경우 4년 내내 시의회에 끌려 다니게 되므로 강경대응을선택했다는 얘기다.
▶오세훈 시장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보여준 오 시장의 장점들과는거리가 먼 것들 아닌가?
= 그렇다. 오 시장은 부정적인 싸움꾼 같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니라긍정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보여 왔다.
정치자금법 개정과정에서 보여준 개혁적인 모습과 스마트한 모습으로 여권 내 대표적인 차기 지도자 중 한사람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 의회와의 갈등으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당부분훼손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의기관인 서울시의회을 무시하는 태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평가들이 우세하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도 서울시민이 위임한 행정권이지만 서울시의회도 시민이 표로서 선출한 견제기관이다. 물론 서울시교육감도 당당히 시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자리다.
오세훈 시장이 이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오 시장이 무리수를 둔다는 얘긴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트위터나 인터넷에 나도는 분석들은 오 시장이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경쟁자 중 한사람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보수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계속하니까 오시장도 뭔가 한 건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런 무리수를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이 무모한 싸움을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오세훈 시장과 그 주변의 참모들이 정무적 전략적 판단이 떨어지는 것아닌가? 하는 점이다.
"오 시장은 정치적으로 전략적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의 원칙을 갖고 여기까지왔지만 좀 더 긴 호흡 세련된 정치적 판단이 미흡해 보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 시장이 다혈질이고 흥분을 잘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서울시 의회의 조례 통과에 화가 난 것이겠지만이를 말려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 시장이 화가 나서 밀어붙이면 그냥 가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고성국 박사는 특히 경기도도 여소야대이긴 마찬가지인데 경기도에서 김문수 지사와경기도 의회가 정면충돌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 볼 필요가있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이다.
충분히 타협이 가능한 문제인데도 오시장이 자신의 원칙을 내세워 고집을피우면서 아무런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다가 TV 맞짱 토론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술책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이 정말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인가?
= 무상급식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면 지금 초중학교에 실시하고 있는 의무교육은 폐지돼야 한다.
'헌법 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무교육의 범주에 무상급식이 포함되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오세훈 시장의 주장대로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면 당연히 의무교육도 폐지해야 한다.
아니면 무상급식을 의무급식으로 이름을 바꿔서 하면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3無학교' 사업도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면그보다 더한 포퓰리즘적 공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의무교육은 용인하면서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고 자신이 공약한 '3無학교는'학생 복지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가 남이하면 불륜이라'는주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무상급식은 서민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서민감세'라는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학생 1인당 44만 원에 이르는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초. 중학생을 둔 학부모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이 시의회에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 현재로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당분간 대치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은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오 시장이 시의회 출석을 하지 않고 버티면 아무런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출석을 시킬 수단이 없다. 선출직 시장이므로 시정 질문에 대해 대리출석을시킬 수밖에 없다.
선출직 공무원에게 주민소환제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오 시장은적용대상이 아니다. 주민소환제는 취임 1년이 지나야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인사는 "오 시장은 정치적 생명, 시장직을 걸고 장외로 돌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치킨게임이다. 도저히 물러설 수도 물러설 곳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대치상태가 장기화 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입장에서 할 말이 있을 것 아닌가?
=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생각하는 복지는 시혜성 복지가 아니라 자립형 복지다.저소득층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오 시장은 겉모습은 유약해 보여도 일단 원칙이 서면 물러서는 법이 없다.뉴타운 때도 그랬고, 낚지 파동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다수의 시민들이 서울시의회가 옳다고 해도오 시장 자신의 원칙과 다르면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은 서울시의회가 '거수기'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시정을 자신의 뜻대로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여소야대 그것도 야당이 3/4이 넘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략적 사고와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인데 오 시장은 정치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보다는 강경대응으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택했다.
서울시 광장 조례안도 서울시장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법원으로 끌고 갔다.
그래서 오 시장은 그동안 나름대로 개혁적이고 스마트한 이미지에서 고집스러운 '꼴통'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이번의 사태는 오세훈 시장한테는 굉장히 큰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서울시 의회랑 싸워서 이긴들 뭐가 남겠나? 정말 이겨야 본전이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