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무상급식 제도가 6월 지방선거의 핵심 정책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달 초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초·중학교의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기존 제도를 개선하여, 2014년부터는 도내 전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칙적으로 유료인 급식을 일부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현행 제도를, 의무교육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교육비뿐 아니라 급식비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여러 정치인들이 그 아이디어를 받아 ‘전면 무상급식제도’를 정책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서민층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 예비후보들은 물론이고, 여당의 일부 예비후보들도 그것을 공약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상급식 제도가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그것이 지방분권주의에 기반을 둔 교육자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자치란 지방자치단체별로 교육행정의 자주적 재정권과 인사권을 확립하여, 주민 참여와 전문 경영을 통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37조 ①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교원의 보수와 그 밖의 의무교육에 관련되는 경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무상급식 제도를 의무교육 제도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그 밖의 의무교육에 관련되는 경비’ 조달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지방정치는 물론 중앙정치에서도 관심영역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무상급식 제도의 채택 여부는 본질적으로 지방정치의 대상이다. 2009년 현재 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학교 실태를 보면, 전북이 64.4%로 가장 높고, 서울·대구·인천 등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면에서 전북이 서울·대구·인천보다 훨씬 낮음을 고려하면, 그 본질은 분명하다.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 확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기존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예산을 재배분하고, 또 그 시행시기를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서울·대구·인천뿐 아니라 지하철이 지나는 모든 지자체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하철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령화 현상으로 지자체들의 부담이 갈수록 증가함에도, 노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그 제도를 손질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할인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대중영합주의 정책임을 고려하면, 꽤 많은 복지국가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 제도를 한국에서 시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각 지자체에서 연말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예산이 막대하다는 것 역시 국민 상식이다. 기존 예산을 적절히 재배분하고 약간의 추가 재원만 마련하면, 2014년부터는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생활밀착형, 진짜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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