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조흥식 서울대 교수 인터뷰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57)는 19일 “무상급식은 ‘시행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기초한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선별적 지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급식을 시혜차원에서 접근하는 포퓰리스트”라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아동·사회복지적 측면에서 학교급식을 연구해 온 그는 지난해 11월 ‘학교급식 지원확대 및 아침 급식 도입 가능성 진단’에 관한 연구차 경기도 내 학부모·교사·학생 4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공약이 활발히 나오고 있다.
“복지 차원에서 무상급식의 효과는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동권리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부과한 의무라는 점이다. 우리가 1991년에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6조에는 국가가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가능한 한 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국가 등 공적부문이 급식을 통해 외식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돈이 없다는 이유로 밥을 못 먹는 아이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의 권리가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이 필요한 것이다.”
- 무상급식에 대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성인이 아닌 아동·청소년의 경우 보편주의 정책을 펴는 게 당연하다. 무상급식 대상자들은 양육의 대상이고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소득별·지역별·연령별·성별 차등에 의한 선별주의 정책은 적절치 않다. 학교급식 자체가 일부에서만 시행 중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우리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 절차상의 어려움은 별로 없다.”
-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무상급식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상급식 이슈가 쟁점이 되면서 최근에 지자체장·교육감·교육의원 후보자들 가운데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걸 본 적이 없다.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론과 세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선별적 지원이야말로 급식을 복지가 아닌 시혜 차원에서 접근하는 포퓰리즘이다.”
- ‘북한식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표현에 대한 느낌은.
“불과 20여년 전인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탁아’를 사회주의 체제의 전형적인 제도로 봤다. 지금은 어떤가. 국가나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탁아 시설을 대대적으로 늘려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자고 하고 있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식량배급 개념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것을 이념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외국 사례는 어떠한가.
“1946년부터 연방정부가 점심 급식을 지원하기 시작했던 미국에서는 현재 아침식사와 간식까지 지원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전체 아동의 약 50%는 무상이고 10%는 할인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건강한 시작’이라는 뜻의 ‘헬시 스타트’ 급식 제도가 있는데, 이는 무상급식을 서민층 임신부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태아 때부터 균형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하다는 국민보건 차원의 정책이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