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먹거리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이신 김흥주 교수님께서 한국농촌사회학회 학술지 '농촌사회'23집 2호에
'친환경무상급식을 넘어 엄마들이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밥상'서평을 올려주셨습니다. 공유합니다~
학교급식이 먹거리 시스템 대전환을 이야기 하다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2013.『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엄마들이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밥상』. 리북)
김흥주(원광대 복지보건학부)
학교급식운동, 그 영광의 역사
한국의 학교급식은 1953년 한국전쟁 당시 외국의 원조물자에 의한 무상급식으로 시작되었다. 캐나다 정부가 1953년 3월에 보내온 분유 14만 파운드를 전국 초등학교 결식아동에게 제공한 것이 학교급식의 시초이다. 이후 1981년 학교급식법이 시행되고, 부분적으로 정부 지원 학교급식이 확산되다가 2003년에 특수학교 및 초ㆍ중ㆍ고등학교 전면급식이 실시되었다.
한국의 학교급식 전개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결식아동과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구호차원의 무상급식을 실시했던 단계다. 이 시기의 학교급식은 외국 잉여농산물의 현물지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 농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원조 물자가 저곡가 정책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농업발전을 저해하였다. 대부분 외국 원조 강냉이가루로 빵을 만들어 제공하는 제빵급식 형태였기 때문에 급식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제빵업자로 상징되는 ‘시장’이었다. 급식의 영양과 위생관리도 열악하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보다는 겨우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의 학교급식은 결핍과 구호 관점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시장의 천박한 이윤동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 상징이 1977년에 일어난 제빵급식 식중독 사건이었다.
둘째, 1981년 학교급식법을 제정하고,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완전급식을 실시하며, 급식 대상자를 점차 늘려갔던 양적 확대의 과정이다. 학교급식법이 제정되던 1981년 전국의 급식이용률이 2.8%에 불과하던 것이 1991년 특수학교, 1998년 초등학교, 1999년 고동학교 석식, 2003년 중학교 전면 급식이 실시되면서 급식실시율이 98.5%, 급식이용률이 90.0%에 이를 정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양적 확대의 결정적인 계기는 1996년 도입된 위탁급식과 교실배식이었다. 정부의 지원 없이 학부모 부담으로, 그리고 학교에 별도의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위탁으로 전교생 대상 급식 실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학교급식이라는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은 위탁업체의 과도한 시장 논리였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식중독 환자의 급증이다. 2002년에 위탁급식에서의 식중독 발생률은 직영급식의 2.2배였고, 2003년에는 13.4배, 2006년에는 2.86배였다(교육인적자원부, 2006: 14).
셋째, 직영 급식을 늘리고,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를 도입하여 급식의 공공성을 확대해간 질적 전환의 과정이다.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학교급식이 공공성과 건강권 차원에서 재조명되면서 2006년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었다. 이로 인해 직영급식으로 전환되었고 급식의 정부책임이 확대되었다. 특히 2009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대되면서 학교급식에 복지 관점이 도입되었다. 학교급식과 보편복지가 서로 만나게 된 것이다. 무상급식은 2000년대 초부터 시민사회 주도의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과정에서 우리농산물 사용, 직영급식 전환과 함께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이후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공약으로 제시되고, 2009년 경기도 교육감의 무상급식 예산을 의회가 전액 삭감하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2010년 이후 선거정치를 주도하면서 제도화되었다. 그 결과 2009년 16.2%에 불과하던 무상급식 실시율이 2011년에는 52.3%, 2013년에는 72.6%까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특히 초등학교는 94.6%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학교는 75.0%, 유치원은 68.1%가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의무교육 대상이 아닌 고등학교 실시율은 13.0%에 불과하다(김흥주, 2013: 106-107).
한국의 학교급식운동은 지난 2002년 11월 학교급식법 개정안 공청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이전의 역사가 제도적 확장 과정이었다면, 이후의 10년 동안의 운동 역사는 시민들, 특히 엄마의 힘으로 학교급식의 질적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핵심은 직영급식 전환, 안전한 우리 농산물 사용, 무상급식 확대 등 세 가지였는데, 최근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도화한 것은 세계 학교급식 운동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려 한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요동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 식재료 조달기준 변경이나 경기도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 움직임으로 촉발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회의론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런 찰나에 한국의 학교급식운동 10년을 이끌어온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가 공동으로 저술한『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엄마들이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밥상』이 출간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만들어 친환경 무상급식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더 나아가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화의 성공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먹거리 시스템 대전환을 이야기 한다. 공공급식 영역의 친환경 무상급식, 로컬 푸드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 시스템 전환, 먹거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학교급식 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하고 지금껏 이끌어 온 시민운동 진영의 안전하고 건강한 밥상, ‘모두가 행복한 밥상’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1. 엄마를 주목하다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학교급식운동 10년사는 엄마들의 밥상 혁명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밥을 바라보는 가장 이상적인 관점으로 ‘엄마의 시선’을 주목한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학교급식정책을 시행하는 데 즉 아이들의 밥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우선적이고 주도적인 것은 세 가지 시선이었다. 첫째가 합리적 관료의 시선 즉 예산과 효율성의 관점이었다. 다음으로 기부자의 시선이 있었다. 배고픈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선하고 의미 있는 시선도 일정 정도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시선이 있었다ㆍㆍㆍ따뜻한 시선도 있다. 가정에서 못해주거나 부족하기 쉬운 밥상머리 교육을 학교에서 해야 하지 않은 가? 바로 선생님의 시선, 학부모의 시선이 등장했다ㆍㆍㆍ농약이 남아있고 첨가물이 잔뜩 들어가는 위험한 식재료를 최소한 아이들 밥상에서는 추방해야 하지 않는가? 착한 영양사ㆍ조리사와 의사의 시선이 등장했다ㆍㆍㆍ먹을수록 건강해지고 맛도 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농부의 마음, 생산자의 마음도 거들었다ㆍㆍㆍ아이들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행복한 밥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밥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시선이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학교급식에 등장한 따뜻한 시선들이 있었고, 이 모든 시선들을 한 몸에 가진 이가 있다. 바로 엄마다. 이 모든 시선들을 엄마의 마음은 다 아우를 수 있다”(60-61면).
그래서 저서의 제목이 ‘엄마들이 꿈꾸는’ 행복한 밥상이다. 학교급식을 엄마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마음, 영양 좋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싶은 마음,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고에 감사하고 그 가치를 인식하며 아이들이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먹도록 애쓰는 엄마의 마음에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다시 불거지고 있는 무상급식 관련 정치 논쟁도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다가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설명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사회복지 가치가 심어져 있다. 최근의 돌봄 윤리 내지 돌봄 노동의 사회화 논의는 학교급식의 공공성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학교급식은 그 정의상 ‘미래세대’에 초점을 두는 얼마 되지 않은 공공 서비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사회적 ‘돌봄(caring)’이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피셔와 트론토(Fisher and Tronto, 1991: 40)는 이러한 돌봄을 전통적으로 여성의 도덕성에 따른 개인적 차원의 돌봄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가능한 한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며 고쳐 나가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을 포함하는 공적 활동”으로 보았다. 그들은 사적 영역 안에 한정된 돌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확장된 공공의 틀 속에서 사회정의와 같은 의미로 돌봄을 사고하자고 제안하는데, 이를 트론토는 ‘공공의 돌봄 윤리(public ethic of care)'라고 규정하고 있다(Tronto, 1993: 178). 학교급식은 이러한 사회적이고, 공적인 차원의 돌봄 윤리가 권리의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합의되어 실천될 때 공공 서비스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학교급식의 대상인 아이들은 스스로 먹을 권리를 선택할 수 없고,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공 ‘되어진’ 급식을 먹어야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비만과 영양실조라는 이중적 위기는 공공 영역에서 조율된 집합적 행위가 없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강력한 돌봄 윤리’가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장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공공의 논리로 풀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먹거리 시스템 전환을 논의하다
먹거리 체계(food system)는 “인간 개체군의 음식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되어 온 먹거리 생산 및 유통과 연관된 상호의존적인 상호관계의 복합체”를 말한다. 근대의 먹거리 체계는 고도로 전문화된 산업적 먹거리 생산, 고도로 상품화되고 세계화되어 있는 먹거리 유통, 지불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이 선택 가능한 포디즘적 소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렇게 고도로 산업화되고, 상품화된 근대 먹거리 체계는 먹거리 생산과 유통에서 생산자, 공간, 시간이 실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실종은 먹거리 소비자에게는 자신이 소비하는 먹거리에 대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