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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고인 줄 알았는데, 계속 밥 푸란다" /참세상

신문고인 줄 알았는데, 계속 밥 푸란다"  

인권위 급식당번폐지 진정 기각에 당번폐지모임 강력 반발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지난 달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부모를 동원한 급식당번제도 관련 진정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어머니급식당번폐지를위한모임’(당번폐지모임)이 인권위의 결정을 강력 규탄하는 한편, 급식당번제도 폐지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그간 급식당번제도 폐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당번폐지모임은 지난 해 7월 “일선 초등학교들이 어머니들을 동원한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급식당번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여성을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로 간주하는 성차별이며, 장애인가족, 한부모 가족 등 가족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차별적 제도”라고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인권위, “급식당번제, 성차별이나 가족 상황에 의한 차별적 제도 아니다”


이 같은 당번폐지모임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 달 29일 급식당번제도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학부모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급식당번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성에게 많은 부담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당번폐지모임의 주장을 일부분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급식당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는 양육에 있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성차별적 문화와 가치관을 개선하고 교육예산을 확충함으로 개선할 문제이지 급식당번제도 자체가 성차별적이기 때문에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고 기각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당번폐지모임의 주장과 달리 현재의 급식당번제도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차별적 제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의 각 학교는 급식당번제도를 학부모 중 희망자에 한하여 배식도우미로 선정하는 자원봉사제로 운영하고 있어 어머니들만이 강제로 급식당번으로 동원된다고 할 수 없다”며 “한부모 가정, 장애 학부모, 근로여성 등 배식도우미로 활동이 어려운 자들은 참여하지 않아도 되며, 아버지도 배식도우미로 참여하고 있어 급식당번제도 자체를 성차별이나 가족 상황에 의한 차별적 제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번폐지모임, “신문고 두드렸지만, 그냥 밥 푸란다”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당번폐지모임은 20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고, “일선 초등학교에서 급식당번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현장방문이나 탐문조차 없이 피진정인들의 주장에만 근거한 것으로서 기본적인 객관성조차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위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가 처해 있는 차별적 맥락에 대한 몰이해와 무신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법무법인 한결 김태휘 변호사는 “학교에서 급식당번을 조직하든, 학부모 중 일부가 형식적으로는 학교와 무관하게 급식당번을 조직하든, 학부모 모두가 급식당번으로 학교에 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학교에 오지 못한 학부모를 가진 학생이 학급 내에서 다르게 생각되고 대우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인권위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듯하다”며 “학교급식당번제도나 그 운영은 그 자체로써 학교가 학교를 차별의 장소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반박했다.


이날 집회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을 자녀로 둔 이호선 당번폐지모임 회원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인권위는 급식당번제도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들을 반강제적으로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무(가명) 당번폐지모임 회원은 “인권위가 신문고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해 신문고를 두드렸지만, 그냥 계속 밥을 푸라는 답을 했다”며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할머니가 돼서도 급식당번을 해야될 것”이라며 “어떻게 이처럼 중대한 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교육재정을 운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형식적인 저출산협약 체결할 게 아니라, 여성들의 실질적 어려움부터 해결해라”


이시진 당번폐지모임 회원은 20일 정부와 재계, 노동사회단체들 간 체결된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을 언급하며 “정부와 사회단체들이 단지 형식적인 협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급식당번 폐지를 촉구했다.


40여 분간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당번폐지모임 회원들은 ‘어머니를 향한 간접차별 중단’, ‘이 땅의 최후의 식민지, 어머니의 인권 보장’, ‘모성볼모 노동력착취, 어머니 급식당번제도 폐지’, ‘성차별적 결정·편파조사,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권위의 잘못된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급식당번표가 사라지고, 어머니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진정한 학교교육 참여가 보장되는 그날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이후 투쟁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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