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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논설고문 최철주씨는 전북도의원들에게 사과하라

아이들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국익이 도대체 뭔가?
-중앙일보 논설고문 최철주씨는 전북도의원들에게 사과하라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지역산, 혹은 국산의 우수농산물을 사용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돌보고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그런데 최철주씨는 지난 1월 14일자 중앙포럼란에서,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여 전북 학교급식조례를 통과시킨 전북도의회 의원들을 당선에만 눈이 어두워 국익이 뭔지도 모르고 행동하는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며 농촌발전의 1차적 장애물라고 하였다. 그러나 정작 그 소리를 들어야할 사람은 최철주씨 자신이다.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쇠고기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그러니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미국산 쇠고기가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수입농산물들은 오랜 선적기간을 견디기 위해 수확 후에 농약을 대량으로 살포한다. 수입농산물 중에는 인간에게 어떤 위험을 끼칠지 알 수도 없는 유전자조작식품도 끼어있고 방사선 조사식품도 상당수다. 그 외에도 수입농산물의 위험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음식들이 아이들 입에 들어가고 있는데도 국익을 위해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최철주씨의 논리를 나는 납득할 수 없다. 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 하물며 이 나라의 앞날을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추구해야할 국익이 도대체 무엇인지 최철주씨에게 묻고싶다.

최철주씨는 학교급식조례를 통과시킨 지방의원들이 개방시대에 대비해 농업의 대응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최철주씨가 비판하고 있는 학교급식조례야말로 개방시대에 대비해 농업의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건강하다.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음식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교급식에 지역산 농산물이나 국산농산물을 넘어 가능한 품목은 모두 지역산 혹은 국산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 지역의 학교급식조례안에서 가능한한 지역산 혹은 국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가능한 모든 품목에서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방시대에 맞서 한국 농업이 살아나갈 길은 한국 농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농민, 소비자, 정부가 힘을 합쳐 쿠바처럼 전면적으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는 길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친환경농업이 보편화되기까지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해줄 소비층이 필요하다. 학교급식에서 가능한한 국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한다면 농민들이 스스로 친환경농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한다. 아이들의 밥상을 살리는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은 국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학부모들에게 한국 농업의 존재이유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친환경농업은 밥상을 살리는 길일 뿐만 아니라 환경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나날이 오염되어 가고 있는 우리의 땅과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친환경농업으로 한국농업이 전환할 수 있다면 학부모를 넘어서 국민 모두에게 한국 농업의 존재 이유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미래 우리 농산물의 고객이다. 아이들의 입맛이 수입농산물에 길들어져버린다면 무슨 수를 쓴다 하더라도 우리 농업을 살릴 길은 없다. 미래의 한국 농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국산농산물이 가장 안전하며 맛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개방시대에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나라에 농업개방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조차도 자국산을 넘어 지역산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할 경우 일반 농산물과의 차액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주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병원급식에서도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방의회들의 학교급식조례제정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므로 최철주씨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북도의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전라북도 교육청은 도의회가 통과시킨 학교급식조례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에 제출하였다. 외통부가 검토과정에서 WTO의 내국민 우대 금지 규정에 어긋난다고 통보하였다고 한다. 외국이 이 조례를 WTO에 제소한 것도 아닌데 지방교육청이나 외통부가 먼저 나서 말리는 모습은 꼴사납다. 어른들이 무능해서 생긴 문제를 아이들의 건강을 희생시켜서라도 무마하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달물자 관련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교급식 같은 경우 정부가 구입하여 현물로 제공하면 내국민 우대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급식공급체계를 조금만 변화시킨다면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설사 이 조항을 활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아이들의 건강은 통상의 대상이 아니다.

외통부는 학교급식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WTO 교섭과정에서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전국민의 밥상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고 우리 농업을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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