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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급식과 무료 급식은 같은 말 같지만 다른 말이다. 박홍규 교수(영남대 교양학부·58)는 "서울시가 두 말의 차이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무상 급식은 인권이다'는 제목의 글을 3월 11일 <경향신문>에 기고했다. 글에 "서울시 예산 20조 원 중에 무상 급식 예산은 1원도 없다"고 썼는데, 서울시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2009년 한 해 동안 859억 원을 결식아동 무상 급식에 썼다"며 1주일간 정정 보도문 게재를 요구했다.
이에 박 교수는 3월 18일 자 <경향신문>에 '무상 급식이 아닌 무료 급식'이라는 제목의 반박문을 썼다. 서울시가 했다는 결식아동을 위한 무상 급식은 무료 급식이라고 설명하고, "글은 정확하게 읽어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무상 급식과 무료 급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상 급식이 인권인 이유는 무엇일까. 4월 1일 저녁 서울역에서 박홍규 교수를 만났다.
무차별 급식 대 차별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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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규 교수. ⓒ뉴스앤조이 이기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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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무상 급식은 무차별·평등 급식"이라고 했다. 무상 급식은 의무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점심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가정 형편과 생활 능력이 어떤지를 따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은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3항은 '의무 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국민은 무상으로 의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무상으로 의무 교육을 할 책임이 있다. 현재 정부는 등록금과 교과서 대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데, 점심 비용도 교육 과정의 하나로 보고 무상 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무료 급식은 급식비를 낼 수 없는 가정의 아이를 선별해 지원한다. 소위 결식아동이 대상이다. 박 교수는 "이 아이들에게는 '생활 능력이 없다'는 낙인이 따라간다. 밥은 먹을 수 있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기 일쑤다"며, 어느 중학생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받는지 물어봤다. 자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얘가 자꾸 '걸식 아동'이라고 발음한다. 그거 '걸식이 아니라 결식이야'하고 말했지만 고치지 않았다. '야, 그거 걸식은 거지가 하는 거야'라고 가르치자 아이가 '거지 맞아요'라고 대꾸했다."
십 대 인권 보호해야
가난하다는 낙인과 놀림은 아이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십 대에게는 심각한 인권 침해다. 박 교수는 "인권을 해치는 무료 급식을 중단하고, 무차별·평등 급식인 무상 급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는 아이들이 같은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등록금, 교재비, 교통비는 물론 급식비도 무상이다. 두 나라 헌법은 무상 의무 교육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은 헌법이 무상 의무 교육을 규정함에도 무상 급식에 반대한다. 박 교수는 "정부가 4대강 같은 토목 사업에는 20~3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무상 급식에 드는 2조 원은 확보하기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학생 인권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0여 년 전 박 교수는 보리밥에 무말랭이 도시락만 가지고 다녔다. 창피한 마음에 혼자 먹는 날이 많았다. 다른 아이의 계란 프라이 반찬과 비교할 때 초라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주는 차별감과 열등감을 깊게 경험해야 했기에 보리밥이 별식, 특식이 된 지금도 쳐다보지 않는다.
박 교수는 자신만의 경험이 아니라고 했다. "쓰라린 배고픔을 경험한 사람들, 친구들의 반찬을 보며 차별을 느낀 사람은 많다. 덕분에 무상 급식이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심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